이제 완전히 혼자가 될 일은 없어진 것 같아요. 손가락 움직임 한 번이면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있는 세상과 연결되니까요. 근데 사실은 그런 게 더 공포스러운 것 아닐까요? 혼자 남은 방 안은 조용하지만, 작은 화면 속의 세계는 꺼지지 않고 여전히 시끄럽습니다. 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포노 사피엔스’가 된 우리는 곳곳의 아름다움을 두고도 한 곳에 매몰되고 있어요. 이 이질적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니 씁쓸하네요. 오늘은 지금도 손에 쥐고 있는 차갑고 뜨거운 덩어리를 다시 생각해 봐요. 📵 by.열무

검은 화면에 비치는 눈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그건 마치 영혼도 초점도 없는 작은 동그라미 같았달까요. 허전함을 채우려고 자꾸만 무언가를 찾습니다. 어떤 것으로부터 내 맘대로 빠져나올 수 없을 때,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 같다는 직감이 서늘해요. 익숙해질까 봐, 혹은 이미 익숙해졌을까 봐 무섭습니다. 

그러니 핸드폰이 망가졌을 때 해방감을 마주한 건 예견된 일이었던 거예요. 고요를 향한 목마름이 타들어가고 있었으니까요. 잎사귀의 모양에 신비함을 느끼고, 햇빛이 일렁이는 소리를 듣는 일. 그 모든 것들 아래 가만히 눈을 감고 숨을 쉬는 일. 그런 것들을 가능케 하는 나만의 평온을 기억합니다. 세상은 침묵을 방해하고, 고요는 쉽게 하찮아지니 내가 챙겨야 해요. by.열무 

💭 마지막으로 핸드폰을 보지 않고 커피 한잔, 혹은 책 한 챕터를 끝내본 게 언제인가요? 얼마 전, 에디터 해나는 호주 여행에서 인터넷이 터지지 않아 이틀간 강제 디지털 디톡스를 당했는데요. 온전히 집중하며 마시는 커피가 정말 다르게 느껴졌답니다. 끝없는 스크롤과 알림 속, 우리만의 평온을 쟁취할 책과 영화를 가져왔어요. 

‘제품을 이용하며 돈을 내지 않는다면, 그건 당신이 바로 제품이기 때문이다.’라는 대사가 있어요. 거대 플랫폼 기업에선 최고의 개발자, 뇌과학 전문가들이 모여 가장 자극적이고 중독이 쉬운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위해 24시간 노력합니다. 소셜 미디어는 우리의 데이터를 소비하니, 결국 우리 자신이 제품이 되는 셈인데요. 그런 플랫폼을 항상 손에 쥐고 있으면서 자신의 집중력과 자제력만을 탓하는 게 건강한 방향은 아닐 거예요.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이 문제를 바라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