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오랜만에 만났네요. 잘 지내셨나요?

차가운 바람에 코끝이 찬 겨울의 중심에서 다시 레터를 보냅니다. 옷장 속 두터운 옷을 꺼내 입으니,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음이 실감나기 시작합니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무엇이 나아졌나 곰곰이 헤아려보다 마음 한 켠에 못내 아쉬움이 스치는 것을 느낍니다. 이럴 때면 스스로를 자책하기보다는 마음 속에 선명히 남은 기억들을 더듬어보려 노력하죠. 설령 비슷하고 무료하기만한 날들만 떠오른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우리의 하루는 단 하루도 똑같았던 적이 없으니까요.

떠올려 보세요.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했던 다정한 말들, 경이로울 만큼 아름다웠던 하늘과 계절의 향기처럼 나중에 생각했을 때 문득 심장이 떨리다 못해 저릿해질 정도로 그리워질 소중한 기억을요. 삶의 만족감은 무엇을, 얼마나 해냈는지보다 바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일상과 그 방향을 향해 걷는 나를 사랑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있습니다. 적어도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당신 자신에게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잠시 멈춰서 한번씩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기를 바라며 이 레터를 보냅니다.

🍓 by.베리

인생의 모든 시간이 달콤하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2023년의 첫날이 밝았을 때, 일기장에 달콤한 꿈과 목표, 올해 이루고 싶은 버킷 리스트를 인심 좋게 팍팍, 뿌려 넣을 때만 해도 올 한 해는 달달한 맛으로만 가득할 것처럼 느껴졌는데요. 아직 진짜 단맛은 느껴보지도 못한 것 같은데, 올해가 100일도 안 남았다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제서야 ‘아차’ 싶어서 올해 걸어온 시간들을 돌아보니, 단맛은커녕 씁쓸함이 몰려오네요. 처음 마음먹었던 것과는 다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올해 역시 작년 이상으로 알차고 생산적으로 살지는 못했다는 자괴감이 서서히 올라옵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이런 무기력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인스타툰 작가 겸 에디터 로빈의 위로를 담았습니다. 쉴 새 없이 재밌는 것들만 눈에 담는 일상도 좋지만 두 달도 안 남은 올해, 눈도 마음도 쉬어 갈 수 있는 심신단련의 시간을 잠시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요? 

한 해가 끝나가는 연말은 바삐 움직여야 할 것 같은 긴박감이 있어요. 계절이 바뀌고, 트리에 불빛이 켜질 동안 못 끝낸 것들을 “라스트 찬스!”라고 외치며 한 줌이라도 더 담아야 할 것 같은 근질거림이 느껴집니다. 유독 12월엔 캘린더가 가득 차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하지만 이런 초조함은 나의 일 년이 부족했다고 스스로 외치는 다그침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한해가 끝나갈 수록 월든 호수의 소로처럼 나만의 고요와 시간을 찾아야 함을 느껴요. 애써 무언가를 하며 얻는 것보다 고요한 나를 마주 볼 때 우린 더 나아갈 수 있을거예요.

🌸 by. 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