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는 유독 자리(席)에 관한 말이 풍성합니다. 대자리, 돗자리에서 진자리, 마른자리, 술자리에 보금자리, 일자리에 벼슬자리까지 셀 수 없을 만큼이요. 그래서일까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어디에 자리하고 있는지, 그러니까 어디에 살고 있는 지가 때때로 사람을 규정하는 데 쓰이는 것 같아요. 모두 혈안이 되어 중심에 자리하려 아등바등하니, 그 압박감과 긴장감은 공기에 스며들어 도처에 존재합니다. 

만약 돈이 아주 많다면 어디서 살고 싶으신가요? 저는 이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질 때 가만히 동그란 지구본을 굴려 보아요. 그러면 내 안에 ‘서울에 사는 것, 혹은 서울에 살지 않는 것’ 단 두 가지 선택지만이 존재한다는 것이 우스워지는데요. 지금 원하는 것이 내가 원했던 것이 맞을까? 물으며 다시 주체를 나로 바꿔 들여다봅니다. ‘이곳이 아니어도 된다’는 창 없는 마음은 우리에게 숨 쉴 틈이 되어 줄 거예요. by.열무